얼마 전 경남에 터를 잡고 전국 독자를 상대로 책을 만들고 있는 출판사 관계자들과 만났다. 그렇잖아도 한 번 만나야지 하고 있던 차에 우리 신문 기자가 ‘지역출판’을 주제로 기획취재를 해보겠다고 하여 만들어진 자리였다.남해의봄날 정은영 대표, 펄북스 여태훈 대표, 그리고 도서출판 피플파워를 대표하여 내가 참석했다. 참으로 많은 이야기를 나눴지만 결론은 하나였다. 다들 의미 있는 지역콘텐츠를 발굴해 책을 펴내지만, 소비층이 제한되어 있다는 게 공통적인 어려움이었고, 공공기관이나 단체에서조차 공익콘텐츠에 대한 가치를 알아주지 않아...
신문사 안에서 출판 업무를 맡고 있다 보니 오랜만에 소설 한 편을 읽게 되었다. 라는 조선시대 여왕의 이야기인데, 착하고 곱게 자란 공주가 왕위를 물려받은 후 희대의 폭군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이 소설에서 내가 주목한 것은 ‘악(惡)의 평범성’이었다. 폭군이나 독재자는 본래 성품이 포악해서가 아니라는 것이다.
서울 사람들에게 참으로 묘한 말버릇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서울 이외의 지역은 모두 ‘지방’이라 통칭하는 버릇이다. 부산에 출장을 가면서 ‘지방 출장 간다’ 하고, 창원에 와서 현지 사람과 함께 술을 마시던 중 전화가 걸려오면 ‘응, 지금 지방에 와 있어’라고 대답한다.서울도 수많은 지역
“변화와 창조는 중심부가 아닌 변방에서 이루어진다. 중심부는 기존의 가치를 지키는 보루일 뿐 창조 공간이 못 된다.”요즘 내가 종종 인용하는 신영복 선생의 말이다. 그런데 과연 대한민국에서도 변방이 창조 공간일까? 난 아니라고 본다.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이 8대 2에 머물고 있는 ‘2할 자치’에선 가능성조차 없다.
인터넷신문에 대한 세간의 인식은 별로 좋지 않다. 워낙 많기도 하지만(2014년 말 기준 5950개), 그로 인한 민폐·관폐도 심각하기 때문이다. 한 지방자치단체의 홍보실 관계자를 만난 적이 있는데, 그는 "하루 방문자 100~200명밖에 안 되는 인터넷신문들도 광고 달라고 찾아와서 아주 미치겠다"고 말했다. 그래서 내가 10
우리나라 교과서는 한국전쟁 전후 국군과 경찰의 민간인학살을 가르치지 않는다. 그러나 나치의 유태인학살이나 캄보디아의 킬링필드는 가르친다. 적어도 내가 학교 다닐 때는 그랬다.기자가 된 후 우리나라에도 그런 세계적인 제노사이드(Genocide·집단학살)에 버금가는 국가범죄가 있었다는 사실을 취재하면서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게다가 그런 엄청난 사
김영인 아시아투데이 전 논설위원이 쓴 (지식공방)라는 책을 봤다. 제목 그대로 기자들이 받아먹거나 뜯어먹는 추악한 촌지 실태를 고발하는 내용이다. 지방 출장과 해외 취재를 빙자한 호화 술판과 성매매에 이르기까지 인간이길 포기한 기자(棄者)의 적나라한 맨살을 드러낸다.기자의 이런 고백이나 고발은 많을수록 좋다. 그러나 김 전 위원이 일선에서
지역에서 출판사업을 해보니 대충 알겠다. 책을 구매하는 소비자의 60~70%가 서울·경기 등 이른바 수도권에 있다. 나머지 30~40%의 다른 지역 소비자 중에서도 상당수가 예스24나 알라딘, 인터파크, 교보문고, 영풍문고 등 인터넷서점이나 대형서점에서 책을 구입한다.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역 서점은 갈수록 살아남기가 어렵다. 2003년 228개
오늘은 경남사람으로서 대놓고 하소연 좀 하자.10여 년 전 나는 라는 책을 쓴 적이 있다. 내가 살고 있는 경남 마산지역 기득권 세력의 기원과 행적을 추적한 책이었다. 거기서 나는 기득권 세력의 정체에 대해 이렇게 쓴 바 있다.“… 우리는 그동안 친일-친미-반공-독재로 이어져온 이력을 근거로 그들을 &ls
SNS가 대세라고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블로그를 최고의 소셜미디어로 친다. 페이스북이나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은 많은 이들이 사용하고 있지만 그냥 콘텐츠 유통 또는 소비수단일 뿐 콘텐츠 생산수단이 될 순 없다. 검색기능도 취약하고 휘발성이 워낙 강해 시간이 지나 아래로 밀리면 찾아보기도 어렵다.그래서 나는 블로그를 기업이나 공장에
나는 지금 ‘뉴스펀딩’이라는 걸 실험하고 있다. 포털 다음에서 서비스 중인 기획취재 후원 프로젝트다. 내가 하는 프로젝트는 ‘풍운아 채현국과 시대의 어른들’이라는 제목으로 진행 중인데, 당초 목표액 300만 원을 넘어 600만 원에 육박하고 있다. 또 조회수는 알 수 없지만 공감 1만 4000개, 공유 2900개
지난해 연말 경남 창원의 한 카페에서 좀 이색적인 행사가 열렸다. 제1회 경남도민일보 독자와 기자의 만남. 편집국이 주최한 이 행사는 휴먼라이브러리(Human Library) 방식으로 진행됐다. 6명의 기자 이름과 프로필을 미리 공지하고, 이들 기자와 만나고 싶어하는 독자를 모집했다. 그렇게 만난 20명의 독자들은 6개 테이블에 나눠 앉아 기자와 이야기를